김우영
/
MAY 2021
/
이번 작업은 한국의 미술사 학자였던 최순우(崔淳雨 1916-1984)와의 ‘상징적’ 만남에서 시작된다.
모든 저서에는 “우리 것이 아름답다.”라는 그의 따뜻한 시선들이 베여있다.
그 이후,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것을 담기 위하여 수년 동안 많은 사찰과 서원을 찾았다.
이런 여정을 통하여, 내가 잊고 있던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었다.
어느 겨울, 눈 덮인 하얀 자연 속에 다양한 삶들이 묻어 나오는 한옥의 벽면 위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나무, 흙, 돌로 만들어진 비대칭이면서도 조화로운 그렇다고 무질서하지 않은 선과 면의 추상화였다.
이는 서양 건축에서의 기하학적이면서 경직됨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면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우리의 역사 속 시간을 지나온 투박하고도 아름다운, 누추하지도 사치스럽지도 않은 흑백의 수묵화였다.
여백의 미와 단순함을 진정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번 작업에서의 표면은 백지에서 나오는 존재의 의미로써 흔적과 질감이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주로 새벽시간을 택하여 작업하였다.
동시에 그림자를 벽면 위에서 제거하여 선과 면의 조화를 상호 연결하게 함이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한옥의 벽면을 통해서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변화무쌍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순수한 계기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