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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수_국제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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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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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에서 개인전을 가진 이후, 우리는 도처에서 김우영의 작품을 보았다. 어떤 경우에는 그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김우영은 수많은 패션 도록, 광고 브로슈어, 영화 포스터, 음악 CD 표지 등에 걸쳐 광범위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의 창의적인 시도는 우리의 눈과 정신의 감각을 새롭게 자극하는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하여 작가, 패션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언론인, 기업인과 협력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번에 그는 다시, 또 하나의 개인전을 위해 암실 속에서 작업한다.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작업은 컬러 사진과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화면을 인쇄한 아크릴판이 합쳐져 오브제 성격을 강하게 띠는 연작이다. 일치하지 않는 이미지들을 겹치는 방법은 초현실주의 작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법으로 시각을 주목하는 이미지들 만들어 낸다. 부적합한 이미지들을 결합하면서 김우영은 추상과 환상에 가까운 사진 작업을 만들어 내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어떤 고정된 위치에서, 또 시간적으로 정해진 시점에서 찍힌 하나의 이미지에 근거한 우리의 시각적인 체험을 확장하려 한다. 김우영의 이전 작업을 논하면서 어느 평론가는, 그의 사진을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중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뜻 보면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고 흔해빠진 대상,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 그런 대상에 흥미를 가진다. 그러나 일단 그가 대상으로 정하고 나면 그 하나하나의 사물은 특별하고도 아주 개인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의 작업은 역동적인 연결 관계를 사용한다. 예컨대 인간과 자연 또는 문화의 인위성과 자연의 본질 간의 관계 같은 것이다. 김우영은 가장 최근 작업을 구상하면서 첫 개인전부터 거쳐온 자신의 작업의 궤도를 생각하였다.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그가 시작한 사진 작업은 산업개발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우리의 환경, 도시의 모습을 관조적인 자세로 포착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변질된 자연을 비판하지도 않고 도시 개발의 과정을 찬양하지도 않았다. 뉴욕의 Visual Arts Gallery에서 가진 두 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사진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다른 기법을 실험해 보았다. 자연의 이미지가 모두 컬러 사진으로 보였지만 사진은 모두 빗속에서만 찍은 것으로 색감이 여러 겹으로 연출해 사진 표면이 아주 깊이 있게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흙, 풀잎, 돌, 나무 같은 대상의 최종적 이미지를 위하여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뉴욕의 East West Gallery에서 선보인 작업은 사진에서 보기 드문 커다란 이미지로 관객을 압도했다. 사진의 크기를 확대함으로써 그는 일반적으로 사진이 보여지는 방식을 바꿔 버렸다. 각 작품이 6~7m라는 거대한 높이였고 그는 이런 사진을 천정에서부터 아래 끝부분이 갤러리의 바닥 위에 자연스럽게 말리는 모양의 족자처럼 걸어 전시하였다. 여기서도 그는 역시나 다양한 기법 - 꼴라쥐 하는 구성법, 목탄과 락카의 혼합물을 사용하여 인화지 위에 그린 그림 같은 기법 - 을 실험하고 있었다. 김우영의 최근 작업 또한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존재하는 이중성에 대한 그의 탐험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자연이라는 주제는 몇 가지의 변화를 거쳤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작품의 형식으로 위에 겹쳐지는 아크릴판 자체가 박스 모양으로 액자의 역할을 한다. 자연의 다양한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도입하여 실크 스크린으로 아크릴판 위에 찍어 낸다. 이와 같이 조합된 이미지로 거의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창작한다. 즉 눈에 익은 대상이 낯설게 만들어진다. 잡지나 광고에 나오는 조작된 그리고 재구성된 실재가 그의 개인적 시각을 투시하기 위하여, 또 “마음은 눈이나 카메라가 보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라는 가능성을 다루기 위하여 참조할 수 있는 하나의 패턴 북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면 그는 사실상 그의 이전 작품들로부터 커다란 도약을 한 것인가? 우리는 확실히 작가의 작업이 하나의 전환점을 맞는 기점을 목격하고 있다. 그는 주제를 찾아내는 데 있어 그 이미지가 갤러리에서 보여지든 상업적인 광고에서 보여지든 이미지를 포착하는 태도는 똑같다. 아마 아무도 이러한 변화를 작가 자신, 즉 스스로를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 간의 구분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든 그 사람 자신보다 더 명료하게 느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자 간의 영역 구분은 무의미하고 결국 우리는 이러한 논의를 잠재울 수 있다. _

© 2023 by KIM WO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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