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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풍경지대: 잃어버린 도시를 기억하며

김미진 -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기획&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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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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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과 수평의 날카로운 선만으로 도시의 부분임을 짐작할 수 있다. 태양의 빛은 건물 틈 사이를 뚫고 나와 어둠 안에서 네온 불빛처럼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몇 개의 선을 제외하고 그림자로 덮여있는 벽면과 바닥은 같은 톤의 색과 질감으로 섬세한 변주를 보인다. 벽면을 표면으로 하며 나뭇가지나 도시의 부분들이 그림자로 반영된 비구상 회화의 화면 같은 사진도 보인다. 또 다른 작품은 사실적으로 찍은 도시 풍경 작업들이다. 길 건너편 정면으로 포착된 그리스, 중세 건물 같은 사람의 자취 없는 옛 공장은 사라져 버린 것을 기억하게 하는 시간의 신비함을 드러내고 도로에 수직의 화려한 색의 날 선 수평선은 현재의 현란한 흔적들을 담아내고 있다. 김우영은 캘리포니아 작은 중소 도시에서 살면서 주변의 도시 풍경을 사진으로 찍는다. 이곳은 사막, 바다, 햇빛, 공기, 바람과 같은 원초적인 자연이 가까이 있고 자본주의와 산업화의 마지막 자락으로 버려진 공장지대가 그대로 있는 기이한 풍경 지대다. 그는 시대, 사회, 사람에 의해 소외되고 버려진 장소를 발견했고 그 자체에 매력을 느껴 삶과 예술의 터전으로 삼는다. 그는 이렇게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재를 얻어 작업한다. 늘 들여다보고 오랫동안 머물면서 관찰하며 어떤 순간을 포착할지를 찾아내는 것으로부터 출발점을 삼는다. 순간을 담아내는 기억 이미지라는 사진 매체에 근본적 충실하면서 현실을 반영하는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사진 속 화려했던 영광을 상징하는 페인트가 칠해진 벽면은 시간에 따라 태양이 내 보내는 빛과 함께 다양한 질감을 만든다.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한 낮, 해가 질 무렵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감각으로 경험된 테크닉으로 조절되어 색채를 얻어낸다. 그의 시선과 육체는 온전히 카메라의 시선으로 대입되어 노출 시간으로 흡수된다. 그래서 빛과 그림자의 화면만으로도 질적 중후함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가 살고, 머무르고, 산보하면서 만나며 발견된 장소와 하나가 되기에 가능하다. 자연과 문명의 변천사를 함축하고 있는 실존적 형태의 느낌 그대로가 사진 한 장 안에서 표현된 것이다. 아무도 일하는 사람이 없는 셔터가 내려진 공장의 앞뜰은 풀이 자라거나 다른 도시를 향하는 자동차의 흔적만 남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상화면처럼 속도와 바람이 그 사진 안에서 보인다. 김우영의 사진은 낭만적인 노동시대의 선과 악, 영광과 상처, 진실과 거짓, 삶과 죽음, 희로애락의 감성을 실 공간을 통해 포착한다. 그리고 빗물질의 빛과 그림자의 교차 안에서 근원적인 유와 무를 표현하여 실제로 흔들리며 움직이는 이미지처럼 보이게 하여 우리를 매혹시킨다. 이것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컴퓨터의 이미지 보정과 함께 얻어낸 하이테크 화면이 아닌 실제 있는 풍경과 시간을 포착하고 기다려 작가의 숙련된 감각으로 획득한 작업이다. 작가와 기계와 대상은 모두 일직선상에 놓여 뒤섞여 일체가 되어 시공간을 초월한 복잡하고 중층적인 세계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노출된 시간과 함께 카메라가 잡아내는 추상 회화 같은 풍부한 색감과 마티에르의 디테일 입자들로 표현된 화면은 지금껏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사진은 아날로그 시대의 따뜻한 감성이 흐른다.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차분하고 기품 있다. 이미 파괴되고 사라진 역사와 현존을 함께 담아내는 사진은 크기와 완성도 있는 테크닉과 함께 새로운 차원의 예술을 보여주고 있다. 풍경의 화면을 구성하는 색 면과 선의 조화는 긴장과 풀어짐의 강렬한 변주 안에서 이완과 긴축의 모든 감각을 행사한다. 사물과 인간의 역사를 통째로 흡수하는 시간 안에서 주관성과 객관성 모두를 안고 있는 관조의 사진이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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