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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과거와 현재

  • 작성자 사진: Hyejung Lee
    Hyejung Lee
  • 2023년 8월 7일
  • 3분 분량

애비 로빈슨 _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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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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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첫 전시회 소책자에 글을 쓴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때 이후로 또한 수많은 길을 지나왔고 많은 추억이 쌓였다.

김우영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기 위해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시간을 되돌려 내 글을 실었던 첫 전시의 작품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나서, 시간을 빠르게 앞으로 돌려‘Boulevard’전에 실린 작품들을 들여다 보았다. 이렇게 과거를 반추하고 현재를 조명하는 일이 내게 필요했던 것 같다. 김우영의 시각적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중성이라는 틀에서 이야기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나는 일찍이 강조했었다. 강인함과 연약함, 섬세함과 거침, 관능과 지성, 고요와 불안 그리고 가장 미묘한 방식으로 다룬 삶과 죽음. 세월이 지나도 이러한 언어가 그리 크게 모습을 바꾸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오히려 곡예를 하듯 이러한 이중성에 더욱 미묘한 여운을 남기면서 예기치 못한 경험을 전하는 거장다운 면모를 일구어 냈다.

김우영은 안주하지 않으며 불현듯 지리적 이동을 단행하면서 자신의 작업 영역을 대담하게 밀어 부치는 예술가이다. 그의 정체성과 작업은 여행과 떠남이 빚어 낸 것인지라 전환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그는 대륙을 옮겨 다니며 좌표를 수정한다. 이러한 공간의 이동은 사고를 확장시키고, 긴 거리는 긴 호흡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그는 뉴욕에서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다. 이것이 우리가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학업을 마치고 그는 왔던 길을 되돌아 한국으로 돌아가서 상업 사진작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김우영이 작업실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서울에서 다시 만났다. 전화, 조금 과장을 해 말하자면 끝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저녁으로 무얼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식당에서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내가 먹고 있는 동안 김우영은 고객의 전화를 받고 또 받았다. 그가 성공했음은 자명한 일이었다. 동시에 그가 사면초가에 처했음도 자명한 일이었다. 고객들은 그가 작업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돌이켜 보면, 그가 그리 오랫동안 작업실을 운영했다는 것이 대단한 일이긴 했지만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우영은 그가 하는 모든 일을 치열하게 대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예술적 창의성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작업실을 정리한 후, 영혼을 고갈시키는 상업 사진계에 작별을 고하고 최소한의 장비만을 챙겨 떠났다. 이때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에게는 계획도 목적지도 없었다.

혼돈은 성장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국경은 인위적인 제약일 뿐이었다. 어떤 지역에 마춤하게 들어 앉은 것이 그를 통해서는 세계적인 것으로 탈바꿈한다. 이번에 김우영은 그의 내적 여정을 매만져 외적 여정으로 이끌어냈다. 그의 작업 방식은‘함께 가자고 부드럽게 손짓할 때 길을 떠나자’이다.

본능과 고독은 결국 그를 미국 서부로 이끌었다. 그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며 180도로 완전히 방향을 바꿔서 색채적 생동감이 가득한 세계로 들어섰다. Boulevard 작품들은 그 결과물이다.‘펑’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관능적인 색은 형태와 영리하게 상호작용을 하며 어우러진다. 그는 색을 언뜻 보기에 생기가 넘쳐 보이는 방식으로 다룬다. 그러나 그는 교묘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게 전부가 아니다. 대신 그는 색을 한데 몰아넣어 이차원과 삼차원을 넘나들며 소통을 하고 순식간에 뒤섞이게 만든다.

그가 첫 전시에 내놓은 작품들은 순박하고, 침울하며 침통하고 애절했다. 어두운 색조의 이미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가 한번도 태양을 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이후 새로이 내놓은 작품들은 빛이 가득해 보여서, 그림자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구현해 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언뜻 생기발랄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림자 없이 그가 치밀하게 구현한 정밀한 구조 - 낡고 버려진 쇠락한 산업화의 산물 - 는 어떤 실재하는 시간이나 입체적 공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두 작가가 다룬 주제는 매우 상이하지만 김우영의 작품에서 보이는 평평한 하늘은 자신의 소명을 미국 서부에서 발견한 또 한 명의 사진 작가, 티모시 오설리번 (Timothy O’Sullivan) 의 작품을 비틀고 현대적으로 해석한 헌사이다.

김우영은 먼 우주 공간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시선, 위치, 자세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는 언제, 어디가 그 자신과 카메라에게 최적의 위치와 시간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서 또 예술을 창조하는 과정을 통해서, 멈추고 인내하며 관찰하고, 문자 그대로 동시에 은유적으로, 발 디딜 곳을 찾는 것이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된다. Blouvard 연작에서 그는 매우 신중하게 그 지점을 선택하여 우리가 곱절로 주의를 기울이고 응시하게 하며 작가 자신의 지점에서 다시 작품을 보게 한다.

김우영의 작품은 언뜻 뜨겁게 보일지라도 거기서 드러나는 아름다움은 차갑게 식어 부서질 것 같이 변한다. 그의 작품에는 단단한 경계선과 냉혹한 현실감이 존재한다. 보는 이는 작품 속의 면에 부딪힐 것만 같다.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곧 익숙했던 것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가 관찰자이기도 외부인이기도 한 사진 속의 공간에 함께 할 수 있다. 매우 기본적인 장비만으로 만들어 낸 김우영의 작품은 우리가 고요함, 호기심, 슬픔, 끝을 열어 둔 명상과 경이로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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