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의 사진은 차라리 회화에 가까울 정도로 풍부한 이미지와 세련됨으로 다가와 사진으로써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새삼 가지게 한다. 그의 작품은 사진의 골격과 스트레이트한 정사진의 모양새를 깸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빛의 예술인 정사진의 깊이를 더 느낄 수 있고 거기에 회화와의 차별성이 있음을 강조한다. 자연과의 대화(Dialogue with Nature)란 부제가 지칭하듯 그의 작품 전체를 일관하는 주제는 인간이 포함된 자연 안에 시간(Memory)을 때로는 구체적으로 어머니나 과거의 연인을 연상하는 의미화와 우주 - 우주 내에서 시간의 윤회를 표현하려고 애쓴다. 구체적으로 “SILENCE 1”에서 볼 수 있듯이 무덤의 이미지를 찍어 각 파트를 해체와 우연의 기법으로 종이 자체를 움직여 자유스럽게 수용하는 기분으로 움직임을 포착해 사출해 냈으며 작품 전체에 일관되는 원의 이미지로 윤회를 조형화시켰다.
윤회란 무엇인가? 윤회란 삶과 죽음의 고리가 흡사 원과도 같이 끊임없이 연결되어 나고 죽는 물결 따라 업의 짐을 진 채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바로는 윤회란 3계 6도에서 미의 생사를 거듭하는 것으로 “SILENCE 1”과 “SILENCE 2”에서 느껴지듯이 암울하지만 극단적인 죽음은 없다.
“CARROT”도 윤회가 지니는 원의 이미지가 나타나는데 인화를 할 때 직접 당근들을 올려놓고 감광시킨 것이다. “CIRCLE”은 작가의 특별한 인상이 있다. 무심코 버려진 캔 홀더에 새들이 들어가 빠져나오지 못해 때아닌 죽음을 맞는 것을 보고 착안한 작품인데 레디메이드인 캔 홀더를 붉은색으로 처리하고 그것을 연상시키는 듯한 설치물들을 조형적으로 배치하여 전체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원의 이미지로 생과 사의 귀로를 표현한다.
그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들은 트리밍을 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둠으로써 컬러 필름의 테두리를 그대로 살려두는 자유로움과 전체 필름을 네거티브로 찍어 작가의 의도대로 다양한 컬러를 창출해 내는 것인데 특히 이번 전시는 작품 제작 기간 중 작가의 어머니의 죽음의 이미지로 인하여 빨간색이 주조를 이루었다. 대부분 한 컷이라도 빠지지 않았던 빨간색은 차라리 엄숙함이 없음을 느낀다. 김우영의 작품은 앞으로 어디까지 확장될지 작가 자신도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사진의 한계를 초월하려고 한 시도들, 그의 빼어난 감수성과 세련됨. 그의 됨됨이가 사진에만 한정 짓기엔 그는 너무 젊다. 전시장을 회화적 분위기로 이끈 알루미늄판 위의 사진 인스톨레이션에서 그가 미디어를 카메라에만 한정 짓지 않으리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