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선_사진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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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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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를 풍미했던 실험 영화제작자 조던 벨슨(Jordan Belson)의 작품은 뉴욕에서 작업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아직도 잊지 못할 영상으로 남아 있다. 조던 벨슨의 영상은 뉴욕의 어두운 뒷골목과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일상용품들 그리고 그 속에, 그 위에 내려앉은 비둘기의 그림자를 마치 현실과 환영처럼 표현했다. 그것들은 당시 맨해튼 뒷골목 풍경에 서정적으로 다가섰던 뉴 컬러 사진작가들이나 부단히 형식 실험에 몰두했던 언더그라운드 영화감독들에게는 강한 인상의 아우라로 자리 잡았다. 김우영의 작품 "Just Here"는 조던 벨슨의 작품과는 아무 관계는 없지만, 그가 오랫동안 뉴욕 소호에서 살면서 맨해튼 뒷골목 풍경에 익숙한 작가임을 감안할 때 그곳에 거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체화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도시적 영상이 잔존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김우영의 "Just Here"는 분명 이 땅에서, 작가의 현재적 삶의 공간에서 취하고, 찍히고, 현상과 인화된 이미지들이지만 그가 투영한 세계와 그가 인식한 컬러는 조던 벨슨이 체화한 그 뉴욕적 음색에서 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김우영이 추구한 대상의 밀도 있는 클로즈업. 강력한 원색 컬러. 특히 도드라진 구형의 일상적 오브제들. 실제적 형상과 환영적 배경의 오버랩. 삶의 이중성을 이야기하는 변주된 내러티브 방식. 무엇보다 초자연적인 것과 초인공적인 것을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는 통합 기법들은 이미 그가 뉴욕 시절부터 선보였던 사진적 방법론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않은 것들이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것들이라면 오브제에 자기장을 형성하듯 예리하게 스크래칭을 내고 있다는 점과 전시장에서 조명의 세기, 빛의 각도에 따라 실제와 환영이 상호반응. 상호작용을 일으키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마저 김우영의, 김우영만의 독특한 사진 음색이다. 컬러에 대한 그의 감각적인 촉수. 평범한 일상용품들을 아주 예리하게 예술적 소도구로 전환시키는 지각방식. 그리고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효과를 극대화하는 연출력은 그가 갖고 있는 예술적 음색이자 장점들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