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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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01 Artist and Professional, the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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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사진과 순수사진의 경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그 양자의 구분마저 모호하게 만드는 사진작가 김우영.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사물과 일상을 자신의 이미지 세계 속에 용해시켜내는 그의 작업을 지켜보며 갖는 즐거운 상상, 은밀한 만족. 프로필 사진을 위해 건네받은 사진부터가 달랐다. 사람 키보다 훌쩍 큰 달마시안과 체스를 두다 한 수 물려달라고 은근히 청하는 듯한 장면. 달리 상상한다면 피의자가 강력계 형사에게 취조받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누가 누구를 취조하고 있는 것일까. 사진작가 김우영 자신이, 아니면 달마시안이 그를? 사진작가 김우영.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지하고 있던지 그렇지 않던지 간에 그의 이미지는 도처에 자리하고 있어, 대부분의 우리들은 무의식 중 그것을 스쳐 지나갔거나 아니면 마음을 빼앗겨가며 주목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의 학업을 마친 후 그가 한국에 온 지 6년. 그는 폭발하듯 촬영에 몰두하며 작품을 만들어 냈다. 지난 6월 초 박영덕 화랑에서 가졌던 6번째 개인전까지 갤러리에서 만난 그의 순수사진 작업은 많은 이들의 감성을 확장시켜왔고, 광고 브로슈어, 패션 카탈로그, 영화 포스터, 가요 CD, 매체 화보 등 다양한 상업사진을 통해서는 많은 이들의 감각을 자극해 왔다. 순수사진과 상업사진의 경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자신의 존재를 확고히 다져온 그에게서 그 두 세계의 구분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 일상에 존재하는 무수한 작품의 형상은 그의 작업을 거치며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되고, 심지어 순수와 상업이란 구분마저도 그 자신의 이미지 세계 속에 완벽하게 용해시켜 버리는 게 김우영이란 작가가 가진 독특한 재능이다. 그는 일 벌이기를 아주 좋아한다. 포토 디렉터를 맡아 무려 다섯 개의 매체를 론칭시킨 것은 물론 작가, 패션디자이너, 그래픽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연극인, 기업인, 사회단체를 파트너로 우리의 눈과 감각, 마음과 감성을 자극하는 수많은 작업을 계속해왔다. 가수 엄정화와 주영훈 등의 앨범 사진에도 참여하고 영화 박하사탕과 시월애 등의 포스터 사진을 찍다 아예 영화 제작사도 차렸다. 그래서 그는 현재 영화 제작사를 비롯, 사진 스튜디오와 광고기획사를 운영 중이며 그 와중에 대학강의까지 나간다. 순수사진에 대한 집념에서도 그는 아주 폭넓은 변수를 보여준다. 홍익대 도시계획과에서 시각 디자인 분야로 방향을 틀고, 뉴욕에서 사진 유학을 간 작가의 이력답게 89년 가진 제1회 개인전 ‘New Work’에선 산업개발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우리 주변의 환경과 도시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수법으로 날카롭게 집어내더니, 뉴욕에서 가진 제2회 개인전 ‘To my mother and To You Soo’에선 사진이란 매체가 가진 특성을 보다 확장시키는 표현 기법과 방식에 대한 탐구로 면모를 기한다. 한 가지 주제와 평생을 씨름한다는 명분 아래 매번의 전시회마다 비슷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반복하는 작가와는 근본적으로 접근을 달리하는 그는 전시회가 이어질 때마다 전혀 새로운 작업 양상을 보인다. 제3회 개인전 ‘Dialogue with Nature’에서 보인 화학약품과 빛을 물감과 붓 삼아 이룬 구상과 추상의 조형성, 제4회 개인전 ‘Earth’에서 보인 거대한 사진 작업의 이미지, 제5회 개인전 ‘Womb’에서 보인 삶과 죽음의 예감에 대한 풍부하고 은밀한 시각적 이미지 등이 그것, 최근 가졌던 제6회 개인전 ‘Just Here’에선 작가에게 선택된 피사체가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찍혀진 아크릴판에 합쳐져 하나의 독특한 오브제로 강렬한 인상과 느낌을 전하고 있다. 앞으로의 작업은 ‘김우영이 본 초상전’이란 인물전과 마찬가지로 인간을 다룬 인체전 두 가지로 올해 11월과 내년 초에 발표 예정, 작업의 진모를 예측하는건 불가능하지만. 그가 말하는 ‘인물전’과 ‘인체전’은 우리의 통념과 지 너머에 존재한 건 분명해 보인다. 전시장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들은 일상의 집요한 공격으로 무뎌져 가는 감각과 감정에 뿌려지는 단비와 같다. 그의 작품을 만나는 즐거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