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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WORKS

김승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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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타임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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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에 있어서 기업의 주기와 이윤의 추구는 특별히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도시 개발 사업은 경제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상당수의 한정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활공간을 제공한다. 그러나 많은 에콜로지스트들은 이러한 도시의 확대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결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대규모의 기획과 강력한 기술적 수단, 막대한 경제력에 의해서 전례를 볼 수 없는 스피드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확산되는 인공적 환경에 눈길을 보냄으로 그곳에 있었을 이상향으로서의 자연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우영은 그러한 만들어진 인공적 공간으로서의 도시 주변을 찍고 있다. 그것이 비록 미묘한 색채와 그럴듯한 분위기의 광선으로 분식되어 있을지라도 그가 찍은 자연은 이미 “아름답다”라고 할 수 있는 자연이 아니다. 그의 사진에 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공사장의 차폐물들은 그 틈새로 들여다보이는 우중충하고 붉은 도시의 속살을 더욱 추악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만일 붉은색 차폐물이 없었다면 그 흙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채 그곳에 널려있었을 것이다. 또 밑부분에서 잘려 나간 거대한 콘크리트 굴뚝은 아래쪽의 지저분한 잡초며 낡은 아파트 건물과 함께 프레임 속에 반회화적으로 조직되어 있다. 그것은 그곳에 무엇이 있고 그것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수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는 계산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보는 사람을 미학적인 틀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고 포토제닉한 관심만으로 그 사진을 바라보도록 강요한다. 카메라의 존재를 이처럼 강하게 환기시키는 사진도 흔하지 않다. 그는 비인간적으로 확산되어 나가는 환경을 거부하거나 비난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 비감한 눈길을 보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는 이러한 절망적인 현대의 상황을 자신들의 새로운 환경으로 감수하고 그들을 표현에 인용하는 세대에 속해 있다. 종전의 시어리어스한 사진가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태도는 그의 사진에 보이는 서정적인 수사법에서도 나타나 있다. 그의 사진들은 대체로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 아니면 이른 새벽이나 태양이 지평선에 떨어지기 직전의 짧은 시간대에 찍혀지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불명료한 풍경을 한층 더 흐릿하고 눅눅한 대기 속으로 녹아들게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연약한 광선을 받고 잔상처럼 떠오르는 다소 병적인 그의 풍경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반발하지 않고 풍경의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마성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사진은 관격 하지 않으며 주장하지도 않는다. 아무런 볼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 사진. 그의 사진을 보며 우리는 허탈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사진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사진이다. 그는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그가 비록 중립적인 시선으로 변모하는 환경을 바라보고자 한다고 할지라도 그의 사진이 이들과 민감하게 반응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짐작하기에 어렵지 않다. 상실감 - 그것은 김우영의 사진을 읽기 위한 키워드이며 동시에 젊은 에콜로지스트로서의 그의 현대에 대한 하나의 결론인지도 모른다. _

© 2023 by KIM WO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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