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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삶’ 찍으며 닮아갑니다.

김정선_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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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2, 2003 열린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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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나눔운동’ 참여자 120명 촬영해 사진전...”문화를 통한 일상적인 나눔 꿈꿔” 서울 청담동 스튜디오, 김우영 씨(42)는 막바지 사진전 준비로 한창 분주한 모습이다.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나눔을 이야기하는 얼굴들-김우영 사진전’. 이번 전시에서는 ‘아름다운 재단 1% 나눔운동’에 동참했거나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보일 예정이다. 스튜디오 한쪽에 놓인 액자 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김씨는 뉴욕과 서울에서 활동하며 순수 작품과 상업 작품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은 작가. 1997년 ‘womb’이나 2000년 ‘just here’등 사진전을 통해 순수작가로 이름을 알렸고 잡지 ‘Neighbor’나 ‘유행통신’ 창간 작업을 하며 상업 작가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된 것이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박원순 변호사(현 아름다운 재단 상임이사)와 나눔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해 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었다.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삶의 일부였던 뉴요커들 속에 섞여 오래 생활해왔던 김씨는 ‘일상적인 나눔’을 우리 사회에도 뿌리내려보고 싶었다.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 재단 일을 맡으면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어지더니 지난해 여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나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김씨가 받은 촬영비 전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전시회를 연다는 것. 그리고 사진 찍힌 사람들이 낸 촬영비는 ‘주경야독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을 위해 쓸 것,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나눔이 일상이 되는 사회, 특히 문화를 통해 나눔이 이루어지는 사회라면 그보다 더 아름다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남달랐지요”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전시회 준비.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1호 모델이 선뜻 나서주지 않았던 것. 기획의도를 설명해도 얼마간의 촬영비를 ‘기부’해야만 한다는 말에 사람들은 꼬리를 내렸다. 수차례의 거절..... 고민도 많았다. 그렇게 갈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불현듯 이화여대 김홍남 교수가 나타났다. 담쟁이 덩굴을 뒤로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은 김교수는 ‘김우영 사진전’의 모델 1호가 됐다. 시작이 반이라던가. 그렇게 첫 테이프를 끊고 나자 비로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들은 옆 사람을 소개하고, 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소개했다. 쉴 새 없이 플래시가 터졌다. 노주현‧박상원 씨 같은 연예계 스타, 주한 미상의 제프리 존스 명예회장‧김원웅 의원 등 정‧재계 인사가 속속 사진전에 동참했다. 일본군 위안부 이옥선 할머니,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해 온 아파트 관리인 박영준 씨도 ‘나눔의 사진전’ 모델이 됐다. 그렇게 120명. 전시회의 주인공이 됐다. 김씨가 만난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다. 풀무원 원경선 원장은 90살의 나이에도 검박하게 살며 봉사를 실천하고 있었다. 낡아빠진 넥타이를 매고 사진을 찍은 한 변호사는 그 복장만으로도 큰 감동을 주었다. 일본군 위안부 이옥선 할머니는 “더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낡은 봉투를 전해주었다. 할머니 냄새가 훅 끼쳐오는 돈봉투.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씨는 그들이 세상의 희망이요, 등불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삶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이기적 생활 패턴을 정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모든 것을 무마시켜왔던 시간.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전시회에 대한 생각을 버렸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혼을 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가족 사진을 따로 찍어주기도 했다. 사진작가가 아닌 ‘더불어 사는’ 그들의 이웃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전시회를 시작하는 김씨. 사진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이 어색하다고, 드러내 놓고 나눔을 행한다는 것도 거북스럽기만 하다고 하나같이 애꿎은 사진작가만 나무랐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습이 세상 어느 사진보다 아름답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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